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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정보

[기고] 의료기기 산업 규제 환경의 변화와 과제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0%대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률 5%에 비해 두 배 이상 보다 높다. 주목할 점은 수출, 제조, 수입 모든 분야가 고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고도성장의 밑바탕에는 모든 국민이 보편적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가보험체계를 통한 산업의 안정성과 우리나라의 인구학적 특성인 고령화 그리고 경제 발전을 통한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증가에 있다.

지난 국내 의료기기산업 20년을 살펴보면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으며, 현재의 장점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10년도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 위기를 겪으며 한국의 K방역을 일선에서 경험한 바,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강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우리의 노력에 따라 더 큰 도약을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술의 발전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기술 혁신은 순식간에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퍼졌다. 의료기기는 융합되고 크기는 작아졌다. 몸에 어느 곳이든 착용 가능해졌다. 실제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환자감시장치의 경우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체온계 등의 기능이 13인치 모니터 크기에서 살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 모든 기능을 더해 심전도까지 포함해 시계 크기로 구현하고 24시간 관찰이 가능하다.

환경이 바뀌는 게임체인저의 임계점이 이르고 병원용 의료기기 정도의 정확성과 같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오는 시점이 되면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사용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관점을 다르게 보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의료기기를 이제는 일상생활의 가전제품에 탑재되고 이런 제품에 대한 일반인의 요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둘째, 시장이 갖는 잠재적 확장성이다. 의료와 생활의 경계가 파괴되고 최근 연구 중인 바이오센서나 인공지능의 역할은 고도의 수련을 거쳐야 가능했던 각종 진단을 해내고 있다. 의사만 수행했던 견고한 벽을 허물고 있다. 즉 어려운 의료의 세계를 누구나 알기 쉽도록 결과 값의 이해가 가능해졌다.

일반인의 요구에 응답하려는 다른 예는 또 있다. 미용의료기기는 의료현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사용자 역시 의료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공산품 시장으로 나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역시 사용자의 편의성이 극대화 되어 이제는 24시간 혈당측정을 위해 바늘로 피부를 찌르거나 매번 따로 시간을 낼 필요조차 없다. 작은 패치나 센서 하나로 실시간 검사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가격에 대한 장벽은 무너지고 수요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셋째, 국내 규제 환경이 갖는 역동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매년 발간하는 각종 허가 가이드라인은 그 내용 수준이 최근 10여년 동안 급격히 상세해지고 높아졌다. 인공지능 분야는 세계 최초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세계에 공개되고 현재는 의료기기 국제기구인 IMDRF 산하 AI 실무그룹 리더를 맡고 있다. 우리가 주도하는 첨단기술에 대한 가이드 규제는 AI 기업의 성장과 신시장 창출, 수출에 큰 도움을 준다. 즉 식약처 내 작은 조직의 움직임이 그 영향력은 세계적일 수 있다.

넷째, 우리가 보유한 내적 인프라가 의료기기를 생산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체외진단의료기기 제품이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세계 각국이 현금을 들고 와서 우리의 진단 장비를 사가는 저력을 본 것이다.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석박사의 풍부한 인력과 정부의 꾸준한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가 오늘의 K방역이 있게 한 주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체외진단 독립법과 함께 최초의 진흥법이 제정돼 불과 3년 만에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전과 같이 체외진단의료기기가 ‘의료기기법’ 그리고 ‘체외진단의료기기법’으로 규제적 변화 없이 의약품과 공산품으로 분류된 체외진단기기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상당한 제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장 가능성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지금의 성장동력을 근거로 지원과 투자의 규모를 더욱 넓히는 것이다.

현재 규제의 핵심 화두는 혁신기술과 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이제 의료기기는 진단과 치료를 넘어서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규제 차원에서 보자면 혁신기술이 갖는 특성 때문에 허가는 더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시장진입의 장벽은 매우 또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결국 기업의 투자 예측성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는 규제를 선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최근 개최된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의 ‘의료기기 미래포럼’은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혁신기술이나 체외진단 기술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허가 심사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특수성을 감안한 별도의 임상기준서를 마련하거나, 임상에서 사용되는 각종 정보를 활용한 ‘Real World Evidence(RWE)’의 활용 방안 등을 정부, 학계 그리고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그 다음은 사후관리이다. 안전한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물리적 실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은 기존 관리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장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업계를 위해 논의 중인 것이 기업 인증을 통한 상시적 관리방안이다.

즉 기술문서 작성과 시험 그리고 임상으로 이어지던 전형적인 구조가 파괴되고 이제 내부 관리 체계가 인증을 받으면 별도의 허가 없이 기업이 출시하고 책임을 지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이미 관련 업체와 단체가 많은 의견을 내고 있으며 처음 도입이 어렵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품별 맞춤형의 관리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의료기기산업계 대표단체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도 시대적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업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혁신기술과 연관된 사이버 보안을 준비하거나 국제 규제기구, 해외의료기기단체와의 협력과 연대에 적극 참여하고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성공 요인과 우리의 노력도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은 더 많다.

먼저, 의료기기 시장의 폭발적인 확장세에 따른 필요한 규제전문가가 절대 부족하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있지만 식약처 인원은 몇 년째 그대로다. 더불어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정책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실무과가 생겼지만 인원의 충원은 소원한 상태이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과 국제규제환경에 대한 참여를 늘려 나가고 있지만 식약처의 의료기기 부서의 양적 성장은 산업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 허가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체가 이어지고 신규 규제 환경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도 미흡해질까 우려된다.

정부의 지원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다만 그 역시 시장 성장을 겨우 따라가는 정도이다. ‘의료기기산업 및 혁신의료기기법’이란 진흥법이 마련됐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이 성공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기는 부족하다. 혁신기술 또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

기업이 제품 개발 초기에 가능성을 갖고 투자하는 자금은 엄청나다. 그러나 이중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비율은 한 자리 수다. 허가 이후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보상이 필요하고 사용을 늘리면서 더불어 전체 급여를 낮출 수 있는 급여 적정화와 경제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회손실을 줄이는 방안이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제품에 대한 급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 시장 논리를 통한 위험성은 재평가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시장 진입단계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처 위험도에 따른 적절한 제재를 한다면 산업적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 가능할 것이다. 보상과 수익이 재차 의료기기에 투자되면 산업에도 사회에도 긍정적인 선순환이 생긴다.

이제 우리나라의 의료기기가 갖는 세계적 위상이 높아졌다. 그리고 성공 가능성 또한 입증됐다. 제품의 허가에서 출시까지의 모든 과정에 국가의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 여기서 조금 더 노력한다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의료기기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메디파나뉴스

 

[기고] 예정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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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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