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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정보

지출보고서 국민공개 확정…제약영업 생태계 바뀌나

2023년까지 제약사·CSO '영업방식 혁신' 숙제로

"의·약사-제약사 간 스킨십 경직될까 우려"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약사와 CSO(의약품 영업대행사)가 제출한 의·약사 지출보고서를 대중 공개하는 규제가 2년 뒤 시행이 확정되면서 국내 제약산업 영업 생태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약사는 지출보고서 공개 시행 시점인 2023년 7월까지 제품설명회,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비용에서부터 견본품 제공, 시판 후 조사(PMS) 비용 등 상세 지출내역을 외부에 투명히 공개할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22일 제약계는 공포된 개정 약사법 내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에 적합한 영업방식 전환을 모색하는 등 준비중이다.

물론 아직 보건복지부가 지출보고서 공개 방법이나 기준 등을 구체화하지 않아 제약사 영업부서나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전담부서 등은 복지부 시행령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출보고서 공개는 곧 제약사의 의약품 영업활동 세부내용과 방향성, 법인카드 결제 내역 등이 고스란히 전국민에게 알려진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해당 규제로 예상되는 영향은 일단 제약사나 CSO가 지출보고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작성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드는 동시에 비용지출 내역, 상황, 시기 등 세부내용이 빠짐없이 보고서에 기록되는 것이다.

이미 개정 약사법은 벌칙 조항에서 지출보고서를 작성 또는 공개하지 않거나 관련 장부·근거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 지출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공개한 경우, 지출보고서 장부·근거 자료 제출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제도 강화했다.

쉽게 말해 대외 공개 규제 등으로 엉터리 의·약사 지출보고서가 종전 대비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의·약사 입장에서 제약사가 자신을 위해 결제하는 비용의 배경과 세목을 보다 꼼꼼히 확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약사과 명단 요양기관 명칭, 개별 지급 액수, 의약품 정보, 제공일자, 지급 명목, 의·약사 확인 서명까지 모두 지출보고서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제약사 영업인력과 의·약사 간 스킨십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견본품 제공, 임상시험 지원, 시판 후 조사,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 경제적 이익 제공 전 범위에서 익명성이 사라지게 되므로 의·약사가 제약사 회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출보고서 완전공개 시행은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청정도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초 해당 규제의 신설 배경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지출보고서 제도 사각지대를 악용해 현행대로 처방량 제고를 기준으로 한 신종 리베이트 영업방식을 캐내려는 시도 역시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복지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은 규제 시행 후 생기는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찾아 보완하거나 추가로 입법을 진행하는 후속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결국 해당 규제는 국내 제약영업과 CP 분야에 상당한 파장을 야기할 전망이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한국판 선샤인 액트 실시 후 지출보고서 대외 공개 조항이 없다는 비판을 여러차례 받았다. 제약사 입장에서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을 낱낱히 공개하는 정책은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라며 "이미 시행이 확정됐으므로 2년 뒤까지 제약사들의 영업방식 개선과 체질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의약품 판촉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B제약사 관계자는 "개정 약사법은 CSO를 의약품공급자에 포함시켜 불법 리베이트를 의·약사에게 전달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CSO 법인 대표는 물론 종사자 역시 의약품공급자로 명기했다"며 "결국 제약사·CSO 모두 지금까지의 음성적 영업방식을 쇄신하라는 시그널이다. 다만 여전히 신종 리베이트 방식이 발굴될 수 있어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C사 관계자도 "임상시험 지원이나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등에 참여하겠다는 의·약사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앞선다"며 "지출보고서를 단순히 작성·제출하는 것과 대외 공개하는 것은 익명성의 유무가 엇갈리는 규제다. 영업부서가 의·약사를 대응하는 자체가 상대적으로 경직될 수 있어 해법 모색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규제는 미국이 2014년부터 시행중인 '선샤인 액트(의사 지급금액 투명화법)'가 근거로 작용했다. 미국에서는 제약사·생명공학기업·의료기기업체 등이 의사와 병원에 제공하는 모든 지불내역을 정부에 신고하는 동시에 정부는 신고 내용을 대중에 공개한다.

출처 : 데일리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