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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 도입과 과제

[의학신문·일간보사] 리베이트(rebate)의 사전적인 의미는 ‘지급대금이나 이자의 일부 상당액을 지불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판매장려금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이하 의약품 등) 채택을 위해 제공되는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kickback)이라는 의미에 좀 더 친숙하다. 약사법, 의료기기법, 의료법은 후자를 규율하고 있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제조사(이하 제약회사 등)는 의료인, 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하 의료인 등)에게 판매촉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일정 요건 하에서 견본품 제공과 학술대회, 임상시험 및 제품설명회 지원 등이 허용된다. 이를 줄여서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등이라고도 하며, 형사처벌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지대(safe harbor)’로 기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자 절대 우위의 시장에서 제3자 지불제도라는 시장의 특성과 공급자가 차별성을 가지기 어려운 영업환경 등이 의약품 등의 불법 리베이트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른 문제로 불법 리베이트의 결과로 의약품 등의 산업발전이 저해되고,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며 종국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된다.

따라서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약가 인하제도 도입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적발되면 사후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교묘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추진된 정책대안들이 근본적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사후적인 조치보다 덜 침해적이지만 더욱 효과적인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정책 추진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제약회사 등의 CP(Compliance) 제도, ISO37001 인증 등을 통한 윤리경영 강화와 의료인 등이 리베이트와 관련된 윤리교육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전 예방조치의 일환이다. 후술하는 ‘지출보고서 제도’도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정능력을 제고하는데 그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지출보고서제도 도입 취지= 한국적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라 불리는 ‘지출보고서 작성제도’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보통 ‘지출보고서제도’라 일컫지만 후술하는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와 구분하기 위해 이러한 용어를 사용했다). 이 제도는 미국의 선샤인 액트(Sunshine Act: The Affordable Care Act에 근거하여 의사 등에게 제공된 이익에 대한 공개를 담은 Open payments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제약회사 등이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보관하고 향후 정부가 제출을 요청할 경우 이를 제출해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지출보고서 작성제도는 의약품 등의 시장주체들 간 자정작용을 기대하면서 도입하였고, 도입 이후 의약품 등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정능력을 제고하는데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비판도 존재했다. 작성한 지출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인 감시기능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유럽은 의무적으로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실증적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공개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정부는 2021년 7월 20일 제약회사 등이 작성한 지출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약사법 등을 개정하였다. 이것이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이다.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는 의료소비자들의 의약품 등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보건의료산업 내의 자정작용을 통하여 종전 지적된 사후적 통제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출보고서제도 향후 과제=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의 원활한 도입과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의료계 모두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출보고서 공개를 위해서 지출보고서 공개 방식, 대상, 범위, 주기, 기간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만들어 시행 후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공개될 지출보고서에는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료인의 정보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제조사와 같이 영업비밀 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출보고서 공개 때문에 의료인 등이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지 않도록 국민 대상으로 적극 안내할 예정이다. 의료인 등이 지출보고서 공개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적법한 제품설명회나 학술대회 참석 등이 위축될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등은 지출보고서 작성과 공개(이하 ‘지출보고서 제도’)를 대비하여 지출보고서 제도에 대한 직원 교육 그리고 지출보고서 작성, 자료 관리 등을 위한 사내 시스템을 마련하여 변화된 정책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작성된 지출보고서도 오류 또는 누락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지출보고서 공개 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출보고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등이 지출보고서 제도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약회사 등의 입장에서 지출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의료인 등의 협조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의료인 등 본인의 입장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지출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다면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는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 기록 검증의 기회도 될 수 있다. 실제로 선샤인 액트에 따라 운영되는 미국 CMS(Centers of Medicare & Medicaid Services)이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의료인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고 사실과 다른 것이 확인되는 경우, 깃발(flag)을 들어 관리 사실의 확인과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산업계, 의료계 모두의 인식 변화이다. 올바른 의약품, 의료기기 판매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의약품, 의료기기 산업 내 당사자가 리베이트를 제공하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맺음말= 공공정책은 사회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다. 따라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 간에 다양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갈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도입될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해관계자인 산업계, 의료계와 함께 제도 수립부터 집행까지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합리적인 대안을 위해 실무자로서 부단히 노력하겠다.

- 여정현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행정사무관

출처 : 의학신문